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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병섭 목사님 천국 환송 추모사

박명숙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7-04-12 10:39

하나님께서 반병섭 목사님을 영원한 안식처인 천국으로 부르셨습니다. 
여기 남겨진 유족과 저희는 한없이 슬프지만 목사님께서는 지금 5개월 먼저 천국 가신 사모님과 주님 품 안에서 기쁨의 찬송을 부르시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2017년 3월 25일 "아버님이 숨쉬기 힘들어하셔서 써리 메모리얼 응급실에 왔어요. 기도해주세요." 큰딸 성혜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한달 전 목사님을 뵈었을 때 "나 천국 보고 왔어. 생명수 강이 흐르고 황금 길도 걸었지. 예수님도 뵙고 특히 백합화 꽃이 많아."하시며 환한 얼굴로 말씀하시더니 결국 백합화로 장식된 사순절에 주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그 말씀을 하신 일주일 후 또 찾아 뵈었습니다. "내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자주 와." 하시며 천국 가실 날을 예견해 주셨는데도 자주 찾아 뵙지 못한 아쉬움이 이토록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남편의 신학대학 선배이신 반 목사님을 처음 뵌 것은 1995년 1월17일 유학 왔을 때입니다. 밴쿠버에 도착해 전화를 드렸더니 3일 만에 저희가 있는 임시 숙소로 찾아오셨습니다. 빨간 코트를 입으신 아름다운 사모님과 청바지에 바바리 코트를 입으신 목사님은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송 목사님 사모님, 6개월만 참아요. 좋은 일이 있을거예요."라고 말씀하셨죠. 이 말씀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목사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조금만 참자. 꼭 좋은 일이 있을거야’하며 참아왔는데 6년 만에 정말 좋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도하는 목사와 사모로 만들어주셨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요?

22년을 넘게 곁에서 뵌 목사님은 항상 웃으시며 인자하시고 언제나 온유하셨습니다. 또한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가는 신앙의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목사님은 어린 시절 중병으로 누워계신 어머니를 살려보겠다고 손가락에 피를 내어 먹이셨지만 돌아가신 어머님 앞에 불효자라고 종종 말씀하신 효자이셨습니다. 

해군 군목으로 계실 때 의사이셨던 고 김정자 사모님과 결혼하여 1남 4녀(성혜, 성은, 성미, 성순, 성우) 5남매를 훌륭하게 키워 본이 되는 가정을 이루었는데도 자랑하지 않으시고 겸손하셨습니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려고 애쓰신, 사랑이 많으신 목사님이셨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부정적인 얘기는 안하시고 늘 칭찬과 용기만 주셨습니다. 

또한 애국심이 남 다르셨지요. 뒤뜰에는 대한민국 지도형상의 연못을 만들어 거기에 금붕어를 키우며 곳곳에 무궁화를 심으셨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저희가 사역하는 기도원에 자주 오셔서 저희 가족에게 박수 쳐주길 좋아하시며 함께 식사하는 것을 즐거워하셨습니다. 저희 아들 선교사 됨을 참으로 기뻐하셨고 저희 딸 결혼 주례는 꼭 해주신다더니 결국 못해주시고 하나님 품으로 가신 목사님의 빈자리가 크게만 느껴집니다.

목사님 생각나세요?

80주년 생신을 맞아 목사님이 쓰신 시로 찬송을 만들어 발표할 때 축하카드를 써드렸더니 "사모님 글 쓰는 재주가 있어요. 꼭 글을 써요. 문학은 우리 삶에 큰 활력소가 되지."하시며 친히 저희 집까지 오셔서 글 쓰기를 지도해 주셨지요. 그 덕분에 신춘문예 당선이 되어 글 쓰는 사람이 되었으니 어찌 저 혼자에게 뿐이겠습니까?

시를 쓰고 문학을 사랑하여 후배 양성에 앞장 서신 목사님의 그 수고와 열정으로 밴쿠버 크리스챤 문인 협회가 창설되었고 지금은 한국 문인 협회 밴쿠버 지부로 발전되어 많은 문학인을 배출 시키셨습니다.

심장 수술을 하시고 건강이 악화되어 거동이 불편하시면서도 열심히 글을 쓰며 앞으로 책 세 권은 더 써야 하신다는 열정은 우리에게 큰 도전을 남겨 주셨지요.


소천하시기 3시간 전 병상에서 "목사님 빨리 일어나셔서 박수 쳐주셔야죠."라고 말씀 드렸더니 산소마스크 속 입가에 미소를 지어주셨던 모습은 "이제 천국에서 만나요. 더 많이 박수 쳐줄께."라고 말씀하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레이스와 함께 ‘그대 배달의 후예 이거든’ 목사님의 시를 읊고 평소 좋아하시던 ‘가슴마다 파도친다’ ‘내 영혼이 은총입어’ ‘하늘 가는 밝은 길이’ 여러 찬송을 불러드렸더니 평안해 하셨습니다.

”목사님! 예수님 손 꼭 붙들고 계시지요?”라고 말씀드렸더니 힘이 없으시면서도 애써 눈을 한번 더 떠주시며 화답해 주셨지요.


목사님! 이제 이 땅에서 영영 목사님의 인자한 모습을 뵐 수가 없네요. 그러나 천사와 같이 빛난 평안한 얼굴로 천국 가신 걸 뵈었으니 기쁩니다. 고통. 슬픔이 없고 기쁨과 찬양만 있는 하나님 품에서 사모님과 영원토록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목사님.

2017년 4월10일
목사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박명숙 올림


글쓴이: 박명숙 
수필가(한국 문인 협회 밴쿠버지부), 갈멜산 기도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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